백사계 15년 천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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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지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5-07 02:18 조회1,769회본문
백사계 15년 천량차
예전에 두어번 마셔본 경험이 있는 천량차,
깔끔하게 마무리 되는 뒷맛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후에나
저녁이나 밤에, 카페인이 부담스러울 때 자주 생각이 납니다.
차마고도를 따라 운반 중에 차가 변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장정 7명이 한 조를 이뤄 전신주 모양으로 단단하게 제작하는
천량차 제작기술은 백사계에 의해 1997년 중국 비물질유산으로
등록, 복원되어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공부차 리플렛에서 발췌)
백사계는 1939년 이래 흑차만을 생산해 온
중국흑차의 대표적인 브랜드라고 하는데요.
원료도 많이 보유하고 있고, 병배 실력도 우수하여서
동일한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장점이랍니다.
건차를 살펴보면 왠지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날 것 같지 않나요?
얇은 종잇장처럼 차들이 서로 눌리면서 겹겹이
엉겨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크레이프 같기도 하네요.
손으로 살살 떼어내면 잘 떨어져요.
천량차는 약36kg(천량,도량형) 정도로 기둥모양으로 만들어
대나무(댓살)로 둘레를 엮어서 보관하게 됩니다.
큰 천량차를 다 구입할 수도 있지만,
기둥을 가로로 잘라(소분차의 개념) 판매도 합니다.
제가 본 것은 마치 나무단면 같이 생긴 둥그런 모양이였어요.
위의 사진은 공부차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차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잘 모를 것 같아요.
약향 같은, 느낌이 희미하게 풍깁니다.
합쳐져 있는 찻잎들을 손으로 서로 떼어내니 가루도 많이 생깁니다.
- 차의 양: 5g
- 사용한 물: 풀무원 맛있는 샘물
- 물의 온도: 약 95도-100도
-사용한 다구: 백자개완, 유리숙우, 백자찻잔, 거름망
(사진에는 다관이지만 개완을 사용하여 또 한번 시음했습니다.)
- 우린 횟수: 6회
- 우린 시간: 30초, 50초, 1분 20초, 2분, 2분 40초, 4분
- 윤차함: 약 20-30초
귀여운 다관을 하나 흑차 전용으로 정했는데요.
개완을 쓸 때와는 달리 주둥이가 작으니
커피용으로 제작된 유리 시럽볼을 숙우로 사용할 수도 있네요.
머리가 아찔할 정도로 만개한 영산홍을 옆에 두고는
천량차를 우려내어 꼴꼴꼴 따라 봅니다.
1번째 우림 (약 30초)
기름진 향이 풍깁니다. 고소한 향이요.
알고 보았더니 이것이 송연향 때문인 듯 한데
이 향이 제게는 개인적으로 꼬소~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방앗간에서 기름을 짜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왼쪽 아래에서 위로 4포부터 6포까지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릴 적 가보았던 방앗간에서는
쌀도 있고 깨도 있고, 고춧가루도 있었는데요.
살짝은 맵고, 또 고소하고, 포근한 곡물의 향이 합쳐져
제게는 이런 인상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송연향' 하면 막상 그렇게 와닿진 않는 느낌이잖아요.
무튼 이런 향과 함께 ^^
전체적으로 맑고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간이 잘맞는 국을 먹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감칠맛'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맛이에요.
짜다고 하기엔 아니고,
단맛이 있는데 그냥 밍숭맹숭한 단맛이 아닌 단맛.
고삽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밑의 사진: 차례대로 1번째 우림 부터 6번째 우림까지.
풍미가 한층 더 깊어지고 향도 더 살아났습니다.
이때는 땀이 점점 나더라구요.
6번째 우린 것 까지 마셨을 때는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어요.
요즘 몸이 조금 허~한 느낌이 있었는데
열이 좌악 오르면서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일 제가 6번째 우린 것이라는 것을 몰랐더라면,
그리고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 차를 내어주었더라면,
또 하나의 다른 차라고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1포부터 3포까지
4포부터 6포까지
엽저를 한 번 구경해 봅니다.
킁킁 향을 맡아보니,
삼림욕하는 기분이 들어요,
고소하면서 차분한 향,
목재가구들이 가득 들어찬 방에서 날법한 향이 느껴집니다.
미세먼지가 요즘 심한데요.
제가 사는 곳엔 송화가루며 꽃가루가 눈처럼 흩날린답니다. ^^;;
하루종일 목이 뻑뻑하고 칼칼한 느낌이 들었는데
천량차를 연거푸 들이키고 나니 이제서야 조금 시원한 느낌이 드네요.
맑은 하늘 아래서 좋은 공기 마시면서 차를 마실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아니되니 실내에서라도 천량차와 함께 몸을 좀 정화(淨化)시켜 보아요!
맛있는 차, 잘 마셨습니다!!!
@noteano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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