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소종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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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지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3-18 11:31 조회1,422회본문
정산소종(춘차)
무지(無知)에서 오는 편견(偏見), 그 편견이 불러오는 또 다른 무지
하마터면, 잘못된 인상을 가지고 모르고 그냥 지나쳐 버릴 뻔 했습니다.
서양 홍차 브랜드에서 들여오는 ‘랍상소우총’과 중국에서 수입되는 ‘정산소종’.
이 두 가지가 저는 같다고 생각하고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나쳐 버리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오늘의 찻자리는,
바쁜 저를 옆에 두고는 망중한을 즐기는 냥이님과 함께 합니다.
봄차답게 여리고 섬세해 보이는 잎들
색은 짙은 검정, 암회색을 띄며 가늘고 짧은 편입니다.
조금은 신향이 피클을 연상시키며, 탄 향도 함께 느껴집니다.
차의 양: 5g
사용한 물: 풀무원 맛있는 샘물
물의 온도: 약85도~90도
사용한 다구: 백자 개완(100cc), 백자찻잔, 유리 숙우
우린 횟수: 5회
우린 시간: 10초, 30초, 60초, 2분, 3분 이상
윤차: 바로 버림
거름망: 사용X
1차(약10초 우림)
입안에 부드럽게 감기며, 단맛이 혀에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마시고 나서도 입안이 조금 미끈거리는 듯, 단 향과 그 여운이 함께 퍼집니다.
2차(약30초 우림)
삽미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달달한 맛과 향으로, 고구마말랭이가 연상됩니다.
차를 삼키고 나면 민트차를 마신 듯이 입안이 화한 느낌이 들며,
빈 잔에서는 신향이 올라오네요.
3차(약 60초 우림)
단맛이 조금 줄고, 약간의 산미가 고개를 듭니다.
4차(약 2분)
오호.. 달아욧!
5차(약 3분이상, 물의 양은 약 2배 더 많이)
허브차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삽미가 느껴집니다만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마시는 동안 코가 아주 서서히, 천~천히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식었을 때에는 꽃과 같은 향이 더 잘 느껴지고,
맛도 한결 가벼워졌지만, 바디감은 살짜쿵 줄어드네요.
전체적으로 채소에서 날 법한 풋풋한 향과 맛도 느껴집니다.
찻물에서는 윤기가 흘러요.
첫 시음 때, 저는 ‘버터리(buttery)’라고 딱 한 단어를 써 놓았더군요.
여러 가지 차를 내어 주셔서 살짝 정신줄을 놓고 있었는데
그 때는 놓쳤던 섬세하고 기품 있는 맛을 이번 시음에서는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정산교목이 초야에 묻혀 학문을 갈고 닦는 ‘선비’라면,
정산소종은 곱게 자라나고 있는 양반집 ‘규수’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복합적인 향과 맛이 나서,
그것이 머릿 속에서 섬세한 표현으로 잘 따라와 주지 않았습니다.
100m달리기를 할 때, 마음은 벌써 벅차게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데,
몸은 아직 반도 못 뛰어간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꼭 한번 다시 마셔봐야 할 차입니다.
그리고 추차도 참 맛있었습니다. 두 가지를 놓고 비교도 해 보고 싶어지네요.
특히, 바깥의 찻자리를 정리하고 다구들을 챙겨 실내로 들어오니,
신기하게도 실내의 공기가 변하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어요.
차의 여운이 입안뿐만이 아니라 공기 중에 풀풀 떠 있는 느낌이 들어 신기했습니다.
다음 번에는 처음부터 조금 좁은 공간에서 마셔보고 싶어요.
그럼 차가 주는 기운을 더 확실히 느낄 수 있겠지요.
참 맛있게 마셨습니다.
@noteano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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