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운홍차
페이지 정보
작성자 송지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3-18 11:32 조회1,482회본문
공부차 13년 밀운홍차
총 세 가지 시음홍차 중, 마지막으로 선택한 밀운홍차입니다
.
오늘의 찻자리는 바닥에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
왼편으로는 지는 해를 두어 보았습니다.
무언가 심심하니 떨어진 솔가지와 솔방울도 놓아 봅니다.
마지막으로 마시기로 결정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머지 두 가지 홍차(정산교목, 정산소종)가 밀운홍차보다는
조금 더 묵직하고 섬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밀운홍차는 상대적으로 통통 튀는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밀운 홍차에는 사람을 단박에 끄는 어떤 것이 있습니다.
정말 매력적인 이성이 앞에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공부차 서포터즈 3기의 첫 다회 때,
처음으로 내어주신 차가 바로 이 ‘밀운홍차’였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공부차 측의 고도의 전략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아름다운 밀운홍차의 맛과 향은 저를 단박에 사로잡았고,
다른 서포터즈 분들도 비슷한 마음이시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잔을 받아들자 마자,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아니, 이건 뭔데 이렇게 향이 좋지? 가향?”
등 여러 가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요.
서양 홍차로 차 입문을 한 저에게 당연한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부 시음기 전에 털어놓자면, 풍부한 꽃과 과일의 향이
마리아쥬 프레르의 ‘마르코 폴로’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
발효 요구르트에서 날법한 코를 찌르는 듯한, 시큼한 향이 났습니다.
찻잎의 색상도 회색빛이 조금 감도는 짙은 검정색으로 균일하며,
그렇게 작지는 않지만, 얇고 여려 보입니다.
차의 양: 5g
사용한 물: 풀무원 맛있는 샘물
물의 온도: 약80도~85도
사용한 다구: 백자 개완(100cc), 에스프레소잔(시음은 백자찻잔), 유리 숙우
우린 횟수: 5회
우린 시간: 15초, 35초, 55초, 1분 30초, 3분 이상
윤차: 바로버림
거름망: 사용X
1차 (약15초 우림)
달달한 과일의 향이 서서히 올라옵니다.
어렸을 때, 오렌지 과육이 씹히던 음료가 있었는데 그것과 비슷한 새콤한 향이 나요.
마시니, 입안이 조금 끈~적해지나 싶더니, 물질감이 풍부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2차(약35초 우림)
파파야나 망고 같은 열대과일이 연상됩니다.
차의 향과 맛이 더 깊어지면서 그 스펙트럼이 넓어 졌습니다.
발산하는 듯한, 상큼한 느낌의 저변에는
묵직한 ‘밤꿀’ 같은 달콤한 지점이 함께 존재해서
너무 튀어나가지는 않도록 잡아준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기서 생각이 참 많아지더군요.
이게 가향이 아니라니.. 어떻게?
주저앉아 마시다가 멈추어 심호흡을 한 번 해 보았습니다.
차가 만들어져 우리에게 오기까지, 생산자 분들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실 텐데요.
이런 향과 맛이, 가향이나 블렌딩이 아닌 자연적인 것이라면
이것이 완성되어지기 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한 걸까요.
지는 노을을 옆에 두고 마시다 보니 다소 감성적이 되는 찻자리였습니다.
3차(약55초 우림)
과일향이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맛은 그 맛이 빠졌다라고 표현되기 보다는 ‘유순해졌다’라는 느낌입니다.
4차(약1분 30초 우림)
향과 맛이 비교적 잘 유지됩니다. 단맛은 줄어 들었습니다.
5차(약3분 이상 5분 이하)
개완에서 찻잎을 숙우로 옮겨 닮아 남은 물을 콸콸 부어 놓곤 찻자리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오래 우린 차를 마셔보니, 고삽미도 느껴지지 않고,
과일과 꿀이 느껴지던 차의 여운도 남아 있습니다.
탕색도 노란빛을 띠는가 싶더니 점점 예쁜 오렌지 빛으로 변합니다.
엽저의 향을 맡아보니, 처음 건엽에서 맡아지던 신향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습니다.
거기에 밀운 홍차의 맛과 향이 농축되어 있던 것일까요.
저는 이 차를 지금까지 차를 잘 드시지 않으셨던 분들게 드리거나,
아니면 가향 홍차를 즐겨 드셨던 분들에게 권해드려 그 반응을 보고 싶어요!
그리고 사랑스러운 친구에게도 선물하고 싶은 홍차네요
+시음기를 제 나름대로 써보고 난 후에,
판매처의 설명과 다른 분들의 시음기를 읽는 버릇이 있어,
지금 주욱 읽어보니 연미를 느끼셨단 분들이 계시더군요.
홍배 과정과 아마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 혀를 백퍼센트 신뢰할 수 없기도 하거니와,
또, 야외에서 마시다보니 섬세한 부분을 놓쳤을 수도 있겠네요.
13년산 홍차이니 그간 아마 변화가 있었을 거라고 짐작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noteanoh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