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계 15년 대은 1953 아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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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누피 작성일16-10-26 01:05 조회1,584회본문
호남 설봉산맥 일원의 대엽종 1급(천첨), 2급(공첨), 3급(생첨)의 흑모차로 만든 차가 백사계의 3첨 라인이다.
실한 엽저의 모습.
그중에서 천첨과 공첨이 광주리에 담겨 황제에게 진상되었다고 하는데 그보다 더 윗 단계인 아첨차를 맛보게 되었다!!!!
서포터즈 모임 때 연기미가 강했던 것을 떠올리며 자사호를 준비했다.
한 봉지가 통째로 들어 있었다.
그리고....
건차를 보니 마치 벽라춘의 솜털 없는 검은색 버전인듯, 곱슬거리는 소라의 형태.
슬쩍 봤을 땐 탁해 보이기도 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윤기가 있었다.
황갈과 암갈의 잎들이 섞여 있고 크기가 균정한 편.
탕색은 녹갈, 그리고 맑았다.
여태 마셨던 백사계 차들이 혼탁한 편이었는데 간만에 맑은 녀석을 만나 반가웠다는.
향기에서는 뭐랄까 송연향 같은 것이 느껴졌는데 알아보니 송시명화(소나무 가지 뗄감 태운 것으로 말린 것)로 건조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 것.
향이 붕 뜬다기보다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사실 향기에 대해서는 백사계의 차창이 악퇴를 하면서 생겨난 고유의 발효향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집마다 장맛이 다르듯, 차창마다 발효하는 향이 다른 것.
물은 나의 평소 습관대로 아리수, 온도는 100도에 가깝게.
자사호는 180ml정도 들어가는 사이즈.
윤차는 5초로 매우 짧게 했다.
(귀한 차니까 되도록 우려서 마시고 싶은 마음)
1포는 10초 우렸는데 연기미, 즉 암차스러운 묵직한 맛이 강하게 다가왔다.
2~3포는 20~30초 사이로 우렸는데 연기미가 느껴지면서도 중간정도 넘어갈 즈음에는 살짝 악퇴한 흑차 특유의 맛이 느껴지면서 끝은 마치 암차처럼 시원함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싹으로 만들어진 데다가 흠없이 잎 전체로 우러난 차여서 그런지 역시 물질감도 덜했다.
4포는 1분 정도 우렸더니 약간 씁쓸한 맛이 올라오는 것 같았지만 곧 사라졌고 회감을 느낄 수 있었다.
5포는 넉넉하게 2분 우렸다. 차의 마지막 정수까지 마시겠다는 심정이었달지!
다소 흐려지긴 했어도 고유의 맛은 살아 있었다.
윤기가 촤르르 흐른다. 두 가지 색이 강하게 보이는 것을 보아 역시 병배한 것.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렇게 병배를 해서 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병배로 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다 함은 백사계가 가진 긴 역사와 넉넉한 차 생산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라는 사실도.
매년 찻잎을 보관하니까........
아무튼 좋은 원료로 잘 만들어진 차였다.
악퇴가 가벼워서 흑차보다 암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강한 송연향 같은 것에 거부감이 있다면 내가 했던 것처럼 자사호에 우리고 잔도 도기나 흑유 같은 재질을 사용한다면 훨씬 더 둥글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마실 수 있다.
물론, 사놓고 잠시 잊었다가 수 년 뒤에 잘 익혀 마시는 것도 방법.
아, 사진에 나왔으니 참고로 덧붙이자면 바나나가 아주 좋은 궁합은 아니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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