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계 16년 3년진 과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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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누피 작성일16-10-23 23:30 조회1,350회본문
날씨도 흐리고 하여 뭘 마실까 고민하던 중, 둥글었던 과과순이 떠올랐다.
그거 하나면 종일토록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우려 마실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준비에 들어갔다.
타이틀을 설명하자면 3년동안 자연스럽게 발효시킨 뒤에 16년에 만들었다는 말임.
해괴하여 두 번에 나누어 마실까 생각도 했지만....
역시 그냥 한번에 마시는 것으로.
다만 100ml 개완에 꽤 큰 양이 들어가니 차 우리는 시간을 매우 짧게 하는 것을 신경써야 했다.
참 실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졌다.
윤기가 잘잘 흐르고 줄기도 보인다.
아리수, 95도씨, 15초 윤차 후 1포는 1분 정도 우렸다.
매우 밝은 황색에 가까운 탕색에 맛도 별로 많이 우러나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 보니 어느 정도 부풀어 있어서 2포는 30초, 3포부터는 10초 이내로 우리기 시작.
탕색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탕색은 포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붉은 색으로 가까워져 갔다.
부드러운 악퇴향과 홍건향이 났다.
아마도 홍방 건조한 영향이 아닐까 한다.
암차 스러운 맛과 부드러운 보이차의 맛이 블렌딩 된 것 같은 독특한 맛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고삽미가 두드러지긴 했지만 물질감이 풍부했고 점점 생진현상과 회감이 느껴졌다. 3포~5포는 5초씩 우렸는데 맛이 쭉 유지됐다.
입을 헹구기 위해 생수를 마시니 입 안에 확 단맛이 퍼지면서 상쾌했다.
비교를 위해 흑유잔도 준비했는데 확실히 흑유잔 쪽이 좀 더 부드럽고 달게 느껴졌다.
차의 향기는 기분 좋은 숲의 상쾌한 느낌.
보이차의 달달함과 암차의 시원함이 만난 맛.
회운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9포부터는 단맛이 두드러지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1포부터는 보이차에 가까운 흑차 느낌이 강해짐.
15포에서 멈추었다.
더 우러나올 것도 같았지만.....일단 멈추기로 했다.
마시는 동안 인상적이었던 것은 몸의 온도를 훅~ 높여주는 기능이 있어서 땀 좀 흘렸다는 점.
엽저는 파쇄된 형태였고 암녹과 암갈이 섞인 것으로 봐서 병배한 것으로 생각된다.
***
차를 다 마시고 치우지도 않은 채 빗속으로 산책을 나갔다.
쌀쌀한 가을이 더 깊어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엽저를 차 끓이는 전용 냄비에 넣고 약한 불로 30분 정도 달인 뒤 마셨다. 몸에 들었던 한기가 온기로 바뀌었고 구수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 안을 채워줬다.
끝까지 알차게 마시며 이제 성큼 다가온 겨우내 쟁여놓고 야금야금 까먹고 싶은 차를 만나게 되어 괜스레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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